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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다-1의 고독한 늑대

경이 / Ship

"낡은 모순어법입니다.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낡은 것들에는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있죠..." —에이다-1

출처: 광휘 엔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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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에이다-1의 고독한 늑대

"낡은 모순어법입니다.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낡은 것들에는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있죠..." —에이다-1

에이다-1은 사람보다는 장소를 선호했다.

그래서 우주선 선체에 앉아 뉴 밴쿠버의 버려진 놀이 공원 잔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이 잔뜩 녹이 슨 롤러코스터의 철로를 더듬었다. 공중에서 뚝 끊겨버린 그 철로는 마치 백여 미터 상공에 매달린 다이빙 도약대처럼 보였다.

이렇게 텅 빈 장소가 좋았다. 한때 사람이 가득 찼던 장소. 수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 잔해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곳.

그녀는 이런 곳들을 인류를 기리는 제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기 전의 인류에 경의를 표할 때면 이런 곳을 찾았다.

빛바랜 굵은 글씨로 'ㄹ켓 ㅅ계'라고 적힌 간판이 드리운 그림자에 앉아 그녀는 발끝으로 흙을 가르며 주위에 내려앉은 수 세기의 무게를 느꼈다. 그 무게와 그 공허함을 느꼈다...

그러자 숨을 쉬는 게 조금 편해졌다.

사람들이 가득 찼던 이곳의 전성기를 그려 보는 건 아니었다.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지만, 한때 사람이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었다. 좋은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여기 홀로 앉아 그 많은 사람들의 메아리를 친구 삼아 그냥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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