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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없는 마력

경이 / Vehicle

"신화가 우리에게 총을 쏘기 시작하면, 신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리는 거죠!" —글린트

출처: 2021년 가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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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없는 마력

"신화가 우리에게 총을 쏘기 시작하면, 신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리는 거죠!" —글린트

카이아틀의 깃발이 드리운 거대한 금속 통로를 지나가는 까마귀 옆으로 글린트가 나타났다.

그들은 기갑단 기함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손님들을 위한 가구가 준비된 소박한 공간이었다. 문이 닫히고 마침내 둘만 남자, 글린트는 까마귀가 평상시처럼 솔직한 감상을 늘어놓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한참이 지난 후 글린트가 입을 열었다. "좀 어때요?"

까마귀는 기갑단의 체형에 맞춘 거대한 의자에 올라 앉아 곁눈질로 글린트를 살폈다. "비로소 눈을 뜬 것 같아. 조금 좌절하기도 했고,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이건 마치… 살라딘이 우글거리는 방에 들어간 것 같은데."

글린트는 머뭇거리며 까마귀의 얼굴 앞으로 다가갔다. "카이아틀을 만나는 것 때문에 긴장돼서 그래요? 그럴 필요 없어요."

"왜 갑자기… 이상하게 구는 거야?" 까마귀가 조금 언짢은 내색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그냥 여기서는 제가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이건 기갑단 전함이에요. 여기서 당신을 해칠 수 있는 건 음식 말고는 없어요."

까마귀는 콧방귀를 뀌었다. "사실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택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글린트의 입장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쨌든 네 말이 맞아. 카이아틀이 내게 문제가 생기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거야. 내게 문제가 생긴다면… 외교적 갈등이 초래될 테니까."

"그래서 제 생각엔," 글린트가 말을 받았다. "당신이 여기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동안 전 잠깐 조사 활동을 하러 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수집한 전설과 믿을 수 없는 야사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려고요."

"그 호박 인간 교단에 관한 이야기 말이야?"

"머리 없는 자라고 했잖아요!" 글린트가 재잘거렸다. 그리고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태양계 전역에서 수백 년 동안 그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가 존재해요. 명확한 원인이나 연결 고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까마귀가 손을 들어 올렸다. "머리 없는 자라고." 그가 불쑥 말하며 글린트의 말을 잘랐다. 글린트는 조금 뒤로 물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가려는 건 아니지?" 까마귀가 물었다.

"아니에요. 수호자가 같이 가 주기로 했어요."

까마귀는 생각에 잠겼다. 둘 모두에게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 같은 침묵이 지나가고, 그는 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줘."

"뭐든 말씀만 하세요."

"총격전이 시작되면… 반드시 몸을 숨겨."

끙, 하는 글린트의 신음 소리가 전함의 통로에 울려 퍼졌다.

모험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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